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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아이는 가끔 울고, 가끔 화내며, 때로는 두려움에 떱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불안, 분노, 자기혐오의 뿌리는 바로 이 내면아이(inner child)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은 단순한 심리학 기법이 아니라, 나와 화해하는 길입니다.
오늘은 제가 체험한 방식과 심리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내면아이와 만나는 3가지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 심리 케어의 모든 것 | 내면아이 · 치유 바로가기
1. 기억 속 장면을 다시 만나기
내면아이를 만나는 첫 번째 방법은 기억 속 장면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어릴 적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순간—혼자 울고 있던 방, 혼이 났던 학교, 외로웠던 놀이터—그 장면을 다시 불러옵니다. 처음에는 눈물이 나고, 마음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떠올릴 때, 우리는 아이를 다시 불러내는 것이고, 그 순간 아이는 “드디어 나를 봐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가위에 자주 눌렸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집에 혼자 남아 방을 환하게 켜둔 채 버티던 제 모습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이것이 단순한 ‘잠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마음아이의 구조 요청이었습니다.
저는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도망치려 했고, 외면하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것이 마음이구나” 하고 분리되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그 두려움 속에 떨고 있는 아이 옆에 제가 조용히 앉아 있어줍니다.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는 나와 함께, 묵묵히 함께 있어주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었습니다.
2. 내면아이와 대화하기
두 번째 방법은 대화입니다. 떠오른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는 것이죠. 하지만 대화는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옆에 앉아 기다려주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마음아이는 늘 우리와 같기 때문에, 성급히 몰아붙이면 쉽게 도망가 버립니다.
저는 어릴 적 수줍음이 많고, “민폐를 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아이였습니다. 내면아이 역시 나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도망가지 않도록, 그저 옆에 조용히 앉아 기다려주었습니다.
한참을 함께 있다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넌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 지금 넌 어떤 느낌이야?”
처음에는 마음아이가 쉽게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부탁이나 요청을 못하던 아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어”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그 말 그대로를 다시 되뇌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너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슬프구나.” 그 순간 마음아이는 분노와 억울함을 드러냈습니다. 저는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점차 마음을 열었고, 결국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경험은 곧 무의식이 정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분노, 억울함,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수용받았을 때, 아이는 치유되고, 나 또한 한층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3. 몸으로 안아주기
세 번째 방법은 몸으로 안아주는 것입니다. 머릿속 대화로만 끝내지 않고, 실제로 스스로를 안아주는 순간에 치유가 일어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위로(self-soothing)’라고 부르며, 신경과학적으로도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도, 마음아이는 결국 위로받기를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문을 연 내면아이를 마주했을 때, 저는 두 팔을 엑스자로 교차해 스스로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토닥토닥 몸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뜨거운 눈물이 용광로처럼 쏟아져 흘러내렸습니다. 그 눈물은 억눌려 있던 감정이 비로소 받아들여졌다는 증거였고, 그 순간 내면아이는 안정되고, 저 또한 따뜻한 평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내면아이는 버려진 적이 없습니다. 단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 아이를 기억하고, 들어주고, 안아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나로 서게 됩니다.
🌿 심리 케어의 모든 것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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