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육아 1편|자동적인 생각과 내면의 아이
🔍 목차
1) 자동적인 생각이란?
우리는 매일 인연을 만납니다. 아이, 부모, 직장 동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숨을 쉬듯 판단과 단정을 내립니다. “절대 저 사람은 변하지 않아.” “이 사람은 좋아.” “저 사람은 싫어.”
이런 생각들은 대부분 과거의 경험과 환경에서 누적된 데이터가 즉시 재생된 결과입니다. 반복될수록 그 틀은 견고해지고, 우리는 그 생각이 ‘정답’이라 믿은 채 자동 반응의 아바타가 되어버립니다.
지금, 나는 과거의 데이터로 현재를 보고 있지 않은가?
2) 행복을 다시 정의하기
많은 이들이 행복을 ‘기쁜 일’과 ‘좋은 결과’의 다른 말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마음 깊숙이 묻고 또 물어보면, 행복은 기쁨만의 이름이 아닙니다.
행복은 어떤 특정한 사건이 나를 구원해 주는 순간이라기보다, 삶의 모든 결을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는 감도의 확장에 가깝습니다. 기쁨과 성취는 물론이고, 슬픔과 두려움, 상실과 이별, 심지어 죽음의 문턱까지도 “삶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마음은 고요하고 단단한 온기를 얻습니다.
행복의 감도는 사건의 밝고 어두움을 가르는 능력이 아니라, 밝음과 어두움 모두를 껴안아 버틸 수 있는 그릇입니다. 괴로움을 축소하거나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한가운데에서 생명이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신뢰합니다.
3) 내면육아의 시작
현실의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 듯, 내 마음도 뜻대로 되지 않기에 괴롭습니다. 어린 시절 마음은 부모와 환경 속에서 자유를 억눌리며, 살아남기 위해 ‘맞추는 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그 생존의 방향은 우리를 지켜 주었지만, 이제는 살아내는 법에서 살아가는 법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내 안의 내면아이를 현실의 아이처럼 돌보는 일—그게 내면육아입니다. 기억 속 숨기고 싶은 장면들, 말 못 한 감정들까지도 생명의 물을 주듯 조용히 적셔 주는 일입니다.
4) 지하철에서 울린 ‘AI 생각 알람’
며칠 전,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멀리서 한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수염을 곱게 땋았고, 머리카락은 길게 묶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자동 알람이 울렸습니다.
“이상하다. 위험할지 몰라.”
아, 불쾌한 알람이구나—그제서야 알아차렸습니다. 한 박자 멈춰, 사실만 다시 보았습니다. “수염을 땋았고, 머리카락을 길게 묶었다.” 그 뿐이었습니다. ‘이상하다’는 라벨은 낯섦에 대한 거부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5) 생각을 다시 코딩하기
나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문장을 바꾸었습니다.
“다를 뿐이네. 위험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어.”
그렇게 과거의 자동 데이터를 현재의 인식으로 재코딩하는 순간, 마음은 금세 편안해졌습니다. 그 편안함은 거창한 환희가 아니라, 내 안의 흙에 물이 스며드는 듯한 잔잔한 감각이었습니다.
6) 내 마음에 생명의 물 주기 — 오늘의 연습
- 알람 적기 — 오늘 하루, 유쾌한 알람/불쾌한 알람을 각각 3개씩 적습니다.
- 멈춤–관찰–정정–저장 — 불쾌한 알람 하나를 골라, 사실만 다시 보고 문장을 정정해 저장합니다.
- 미세한 감각 듣기 — 마음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졌다면, 그 미세한 변화를 한 줄로 기록합니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
마음이 편안해지고, 별것 아닌 순간에도 미소가 번진다면—그건 내 마음에 조용히 물이 스며든 증거입니다. 물이 스며드는 만큼, 마른 땅은 풀리고 오래 숨죽이던 씨앗들이 다시 숨을 쉽니다. 내가 행복해지려 애쓰는 게 아니라, 이미 행복이 마음에서 자라고 있는 때입니다.
7) 작은 맺음말
내면육아는 화려한 기술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여기에서 자동적으로 뛰어오르는 반응을 한 번 멈추고, 그 사이에 물 한 모금의 여백을 두는 일입니다.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상실도—그리고 언젠가 올 죽음까지도—그 여백 속에서 생명의 일로 받아들여질 때, 마음은 고요하고 넓어집니다.
다음 편 예고 — 내면육아 2편|마음이 원하는 단 하나: 자유
자유를 향한 갈망이 왜 내면아이 돌봄과 연결되는지, 생활 연습과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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